중국으로 아들들과 배낭여행을 간다고 결정했을 때 이미 목적지는 결정되어 있었다, 오래전부터 꿈꾸어온 배낭여행자들의 천국이라는 “양수오” … 그리고 그 주위를 돌아보는 것으로..
과연 이제 막 청소년 시기를 지나고 있는 아들들이, 아름다운 경치, 그리고 트래킹, 신선한 공기나, 따스한 인심 그런 여행의 맛을 느낄 수 있을까 ? 혹시 힘들기만 하고 재미없었다고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되어, 어디 유적이나 유물을 볼 수 있는 곳으로 바꾸어볼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마땅한 대안도 없어 그냥 추진하기로 한다. 세달 전부터 예약해 놓은 항공권을 결재하면서, 좀 더 구체적인 자료들을 조사하고, 일정을 정리하였다. 기간은 항공권 때문에 7박 8일. 옆지기는 너무 애들을 끌고 다니며 고생을 시킬까 처음부터 경고를 날린다. “적당히 하라”고 ……
지도상 위치로 볼 때는 계림 도착하여, 북쪽 핑안을 갔다가, 남쪽으로 내려오며 계림, 양디, 싱핑, 양수오 순으로 보는게 맞겠지만, 오랫동안 그리워해온 양수오를 놔두고 다른 곳을 먼저 갈 수 없었다. 그래서 양수오, 양디, 싱핑, 그리고 핑안의 순으로 일정을 잡는다.
예약은 없고, 가서 그때 그때 일정을 조정하면서, 숙소도 잡고, 움직이기로 한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비용은 헝그리 컨셉이니 만큼 셋이서 최대한 아껴가면서 하루 10만원씩 70만원 .. 참 단순하다. 환율이 많이 안 좋아서, 100위안이 2만원이 조금 넘는다. (처리님 여행하실때는 100위안이 만오천원). 응급상황을 대비하고, 호텔에 묵으면 카드로 지불할 것을 예상하여 카드를 들고 갔지만, 무용지물이었음. 결국 비용이 부족하면, 굶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음. 돌아와 남은 돈이 약 2만원이었으니, 기가 막히게 맞추었다.
첫째날.
하강을 시작한다는 안내방송 후, 비행기가 구름 속으로 들어간다. 출발전 인터넷으로 알아본 바로는 좋은 날씨는 기대할 수 없다고 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했는데, 날씨가 역시나 흐리멍텅하다. 이즈음 구이린 날씨가 항상 그렇다니 이 시기를 택해 온 내가 잘못이지 싶다.
우리짐은 배낭여행 답게 각자 배낭 한 개씩, 그리고 따로 부친 짐이 없으니, 일등으로 입국장을 통과해서 나온다. 구이린시내와 구이린 공항간은 16인승 미니 버스나 큰 버스가 30분 간격으로 오고 간다. 구이린 시내에는 기차역에서 한번 정차하고, “민항따샤”까지 운행한다. 공항에 갈때도 이곳에서 미니버스가 대기하다가 출발한다. 비용은 20위안 버스가 출발하면 승무원이 표를 끊어주고 돈을 받는다. 어디에 가냐고 묻는데 .. 그냥 “민항따샤”라고 하면 된다. “민항따샤”에서 구이린의 왠만한 곳은 택시타도 20위안이면 갈 수 있다. 시간이 있으면 걸어도 큰 문제는 없다. 구이린에 머물지 않고 바로 다른 곳으로 갈 경우에는 기차역에 내려서 시외버스터미날까지 걸어가도 30분안에 도착할 수 있다.
“민항따샤”부근에 공사가 많아서 지형을 잘못 파악하는 바람에 북쪽으로 가야하는데, 동쪽으로 길을 잘 못 잡았다, 2시간쯤 걷다가 어떤 아저씨에게 지도를 보여주며 여기가 어디냐고 손짓발짓으로 물으니, 아주 엉뚱한 곳이다. 다시 제대로 길을 잡아 리강 주변의 번화가쪽에 도착해서 호텔, 여관들을 들어가 가격을 물으니, 400위안 300위안 … 결국 쉐라톤 호텔 옆쪽에 작은 여관을 110위안에 얻어 들어갔다. 히터도 없었고, 창문도 잘 안닫혀서 많이 추웠지만 그 지역에서 그 가격이면 선방을 한듯하다.
짐을 내려놓고, 저녁을 먹으러 나섰다, 쉐라톤 호텔 뒤로 차없은 거리(Chengyang보행자 거리) 를 구경하고, 그 길 끝쪽 2층에 있는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자리가 없어서 중학생 정도 되는 학생과 엄마인듯한 아줌마 둘이 식사하는 큰 테이블에 동석했다. 종업원이 영어가 잘 안 통해서 손짓발짓하고 있는데, 그 학생이 영어로 말을 걸어오더니, 통역을 해준다. 그런데, 정말 놀라울 정도로 영어가 능숙하다, 단어, 문장, 발음 정말 최고다. 물어보니, 외국어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란다. 학생들 모두 그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휘수 현수도 무지 놀란다.
그 학생의 도움으로 볶음밥 2가지와 두부요리 하나, 그리고 돼지고기 야채볶음 .. 역시 우리는 너무나 잘 먹는다. 접시 4개를 완전히 비워버렸다. 다만 그 친구가 추천해서 추가로 시주문했던 커리 볶음밥이 영 입에 안 맞아 남겼다. 그래도 배가 터진다. 가격은 90위안 .
▲ Shan Lake의 야경
샨호(Shan Lake)가를 걸어 구경하며 탑을 배경으로 야경을 담아본다. 처리님에게서 빌린 삼각대로 담아본다. 2초 이상은 어려운 듯하다 ..애들이 너무 힘들어 해서 더 둘러보지 못하고 일찍 들어와 간단히 세탁을 하고 첫째날을 마친다.
공항버스 20 x3 , 호텔 110위안, 식사 90위안 : 총비용 260위안
2일째.
해가 뜨기 전부터 계속 눈이 떠져 밖을 내다보니, 비가 올것만 같은 날씨라 계속 이불속에서 뭉개다가 아들들이 일어나자 마자 딱고 짐을 싸고 Check Out, “야징”을 챙기고 버스 터미날을 향해 걷는다. 약 30분만에 터미날 도착.
구이린 버스 터미날에서 양수오로 가는 방법은 완행버스를 이용하는 방법과, 직행버스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기타역 근처에서 완행을 타면 약 2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가는 곳곳마다 쉬면서 태우고 내리고 가는 거니, 비용은 싸지만, 시간이 많이 걸린다. 버스터미날에서 표를 끊어서 타는 직통 버스는 15위안, 매표소에서 표를 사고, 나서면 우리나라 버스터미날과 비슷한 형태로 정해진 위치로 버스가 시간에 맞추어 온다. 아무튼 말도 안 통하는 곳에서 표를 사서 버스를 타는 첫번째 미션은 성공이다.
양수오까지는 쉬지 않고 달려 약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길은 왕복 2차선이지만, 마치 4차선 처럼 길을 사용하며 무섭게 달린다. 길가로 보이는 풍경들이 위안이 된다.
양수오 버스 정류장에 도착, 삐끼 아줌마들을 뒤로 하고 잽싸게 시지에 거리로 들어선다. 아침도 못 먹은 상태에 날씨가 너무나 춥다. 가을 날씨 정도라는 정보를 가지고 왔으나, 생각보다 꽤춥다. 실제로 영하로 내려가는 날도 있는 듯 싶다. 그리고 숙소 난방이 우리나라 처럼 되어 있질 않아서 밤에는 꽤 춥다. 아무튼 춥고 배고프니, 일단 식당부터 들어가 아침겸 점심을 해결한다. 60위안 역시 잘 먹는다. 어딜가든 ㅎㅎ
식사 후 다시 짐을 메고 시지에 거리로 들어선다. 중간쯤 가니, 많이 들었던 밤부인 (Bamboo Inn)표지판이 있다. 일단 들어가 가격을 물으려 하니, 그 앞에 앉아 있던 아줌마가 공사중이라며 다른 밤부인이 있다고 따라 오란다.
▲ Bamboo Inn 이 있던 골목길 - 끝에 보이는 곳이 시지에 거리이다.
어영부영 따라가 보니, 시지에 거리 끝 거기도 밤부인이 있다 ..원래 3곳이 있단다.. 큰 방에 침대 3개 150위안 .. 130위안으로 깍아 묵기로 한다. 일단 시설은 좀 오래되고 그렇지만, 일하는 지배인(?) 아가씨가 너무 친절하고 일단 말이 잘 통한다 그리고 근처 여행에 관한 정보도 많고… 하지만 더 싸고 좋은 곳을 찾을려면 시지에 말고 좀 외곽으로 나가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아무튼 입구 테이블에 외국인들도 많이 앉아 있고, 공용으로 사용하는 컴퓨터 2대 .. 분위기는 딱이다.
▲ 시지에 입구의 연못.
일단 짐을 풀고 시지에 거리 구경을 좀 하다, 자전거를 빌려(대당 20위안) “푸리”에 가보기로 한다. 푸리는 양수오에서 남서쪽에 있는 옛날 마을이 있는 곳이다(그림의 1번 위치). 지배인 아가씨한테 얻은 정보에 의하면 양수오로 다리 건너기전 강을 따라 쭉 내려가서, 푸리마을 건너편까지 간후 배를 타고 건너 푸리에 가서 구경한 후 국도를 타고 돌아오면 좋다고 한다. 시키는 대로 양수오 다리 건너기전 오른쪽 길을 따라 강변으로 자전거를 달렸으면 좋았는데ㅠㅠ, 한 30분쯤 엉뚱한 길로 가다가 다시 돌아와 제대로 방향을 잡았다.
조그만 다리를 건너 한적한 시골 마을로 들어선다. 트래킹 중인 백인 커플이 마주 오다 눈인사를 건넨다. 잎 큰 가로수 나무 밑으로 걸어오는 살짝 팔짱을 낀 여유로운 가벼운 차림의 커플의 모습에 마음이 절로 한가로와 진다.
▲ 돌아오는 길에 잠시 다리위에서 쉬고 있다. 저 자전거가 하루 대여료 20위안 풀샥이었는데, 뒤바퀴 기어가 거의 작동하지 않아 고생했다. 다음날은 하드테일 타입으로 바꾸어서 탓는데 훨씬 나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길은 포장이 잘 되어 있는 구간이 많아서 하드테일이 좋았고, 다음날 위룽교를 가는 길은 상대적으로 길이 않좋아서 풀샥 자전거를 타는 것이 좋을 듯 하다. (풀샥 : 앞뒤 모두충격흡수 장치 (스프링)이 달린것, 하드테일 : 앞바퀴만 달린 자전거)
▲ 다리위에서 본 가벼운 풍경들조차도 예사롭지 않다.
허름한 마을을 지나, 배를 건너는 작은 마을에 도착 배를 건너려 보니, 아무도 없다. 배는 보이는데 …… 휘수가 배에 올라타 장난을 시도하다가 발이 빠져버린다. 아무튼 .. 말썽쟁이 정말.. 발시렵다고 빨리 가잔다. 다 포기하고 갔던길을 되집어서 돌아온다.
▲ 푸리로 넘어가는 나루터에는 주인없는 빈배만 한가롭다.
▲ 해가 있었다면 시간과 자연이 조화가 된 색을 보여주었을 듯 하다.
▲ 발을 빠져 신발도 양말도 다 졎어버렸다. ㅠㅠ
▲ 겨울이지만 다행스럽게도 푸른 나뭇잎들도 많다.
돌아오는 길에 인상유삼저 공연장앞을 지난다. 아들들한테 공연내용을 설명하고 가격을 알려주니, 절대로 안보겠단다. ㅎㅎ .. 그래 다음에 기회가 있겠지 뭐..
▲ 공연장 앞,처리님 사진에서는 양수오 다리위에서 보는 풍경과 같은 곳.
돌아와 자전거를 반납하고 다시 저녁을 먹으러 나간다. 역시 볶음밥에 적당한 돼지 볶음, 부두요리 … 무난하고 맛나다.(80위안) 그냥 이동하고 빈둥빈둥 하루가 다 갔다. 좀 아깝기도 하지만, 이것 또한 자유여행의 묘미. 저녁 후 애들한테는 20위안씩 주고 나가서 맘대로 뭐 사든지 먹든지 하라고 내보낸다. 명색이 아빠라고 매일 보면서도 모르던 모습들을 여행을 와서 새롭게 발견하게 된다.. 긍정적인 것, 또 부정적인 것도 있다. 애들하고만 여행하면서 얻게 되는 큰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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