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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아들들과 천하 제일경을 걷다. 4

by puco 2009. 1. 5.

룽성 주변 지역이 계단식 논들로 덮여 있는데, 룽지티텐에서는 이 눈부신 농업기술이 800m 높이의 봉우리 끝까지 닿아 있는 경지에까지 이르고 있다. 반시간을 올라가 정상에서 길게 내려다 보는 경치는 그저 놀라울 뿐이다. 그 중에서도 중앙의 산마루에 자리 잡은 좡족 마을 핑안은 급속히 여행객들의 작은 센터로 되어가고 있으며, 2년여만에 게스트 하우스, 술집, 식당, PC방 등이 많이 들어섰다.

이런 붐이 일어난 것은 계곡의 아래쪽으로부터 핑안까지 6Km에 걸쳐 뻗은 지그재그식 도로를 건설했기 때문이다. 이 도로를 건설하기 위해서 많은 계단식 논들이 망쳐질 수밖에 ㅇ벗었고, 당연히 심각한 환경 훼손이 초래되었다. 어찌 됐든 핑안은 황뤠에서 다름다운 돌길을 따라 단지 반시간 정도만 걸어 올라가면 도착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도 이 도로를 이용하지 않고 갈 수 있다.

핑안에 건물들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마을은 이틀 정도 머물면서 일대를 돌아보는 장소로서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론리 플래닛, 광시-롱성- 룽지티텐 中 )

▲ 핑안에 가는 중 Jin Jiang 마을에서 공연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

5일째 : 날씨 오전에 흐르다 오후에 해가나옴.

원래는 날씨만 좋으면 노차이산에 올라가서 일출을 보고 싶었는데, 최근 날씨를 보면서 아예 기대가 없어졌다. 대신에 아침 풍경들을 구경할까 하다가, 어차피 일찍 check out할 건데 싶어서 그냥 누워있었다.

이번 여행의 주요 여행지 중 하나인 롱지 지역은 지리적으로 양수오에서 북쪽으로 약 130km 북쪽에 있다. 그 중 숙박업소도 많고 편한 곳이 핑안이라 해서 일단 핑안을 다음 행선지로 했는데, 양수오에서 핑안을 가는 방법이 좀 복잡하다. 직접 핑안을 가는 대중 교통은 당연히 없고, 일단 구이린으로 나간 다음 거기서 다시 롱센으로 가서 다시 핑안으로 가는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3번을 갈아타야 하는데, 직행버스를 제외하면 중국의 버스는 승객이 차야 가는 경우가 많아서, 도저히 얼마가 걸릴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게다가 알아본 바로는 롱센에서 핑안으로 가는 버스는 7시쯤부터 해서 2시간에 한대씩 있다. 시간을 못 맞추면 두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롱센에 도착하기 한 10분전쯤 허핑이라는 곳이 있는데, 여기서 갈아타면 바로 핑안으로 갈 수 있다. 하지만, 직행버스가 허핑에서 서는지 안서는지에 대한 정보도 없고 해서, 양수오에 있는 동안 정보를 모아보니, 양수오에서 하루 투어로 핑안으로 가는 단체 관광 코스가 있어서 그 버스를 이용해서 편도로 핑안에 갈 수 있단다. 요금은 셋이 400위안 (입장료 50위안 포함) 이라니, 그럭저럭 편리함과 시간을 약 100위안으로 치면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이 패키지를 예약했다.

그래서 싱핑에서 숙박 후 바로 양수오에 가서 다시 하루를 쉬고 다음날 아침 일찍 핑안으로 떠나기로 한다. 그래서 오늘의 일정은 단지 양수오로 다시 이동하는 것 이외에는 큰 일정이 없어서 아침부터 느긋하게 다시 싱핑 구경을 하기로 한다.

일단 어제 현수가 꼭대기까지 못 올라간 노차이산을 다시 도전하기로 한다. Check out하고 오후에 찾아오기로 하고 짐을 맡기고 숙소를 나선다. 오늘의 첫번째 미션은 현지 분들이 많이 이용하는 길가의 식당에서 간단하게 아침 먹기다.

▲ 씽핑의 숙소 앞 현지민(?) 식당 미펀(미분)이라고 메뉴가 크게(?) 써 있다. ㅎㅎ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중국 사람들은 아줌마 운전사를 비롯하여 아줌마들이 아저씨들 못지않게 많은 일을 하신다. 그러서인지 길가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때우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어찌 보면 참 비위생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가서 음식들을 쳐다보고 있어도 신경도 안쓰는 불친절함 .. 그리고 언어의 문제 ..등 어려움이 많다. 아무튼 일단 부딪쳐 보기로 하고, 일단 들어가 앉았다. 그리고 음식들을 보며 손으로 가르켜서 주문을 완료했다. 구이린 미펀과 찐쌀밥 .. 구이린 미펀은 쉽게 말하면 쌀국수다 식당마다 향료나, , 땅콩, 고기 종류, 야채 종류가 조금씩 달라서 향이 달라진다. 일단 양수오에서 시도했을때는 맛이 정말 이상해서 실패했었는데, 이곳의 맛은 참 좋다. 애들도 좋아한다. 그런데 찐쌀은 일단 쉰맛이 너무 나고 심하게 날아다니는 것이 입맛에 맞지 않는다. 그래도 구이린 미펀은 성공이다. 셋이 먹은게 다해서 12위안, 정말 싸다.


▲ 구이린 미펀

노차이산에 오른다. 다시 한번 느끼는 거지만, 정말 험하고 또 멋지다. 어제는 여분의 랜즈를 현수 배낭에 넣어 두었고, 현수가 올라오지 않는 바람에 망원과 어안을 담아 보지 못했는데, 오늘은 이랜즈 저랜즈 바꾸어 가며 담아본다. 어제보다는 덜 하지만, 오늘도 역시 헤이즈가 심해 비슷한 모습들만 담게 된다.


▲ 맨날 그게 그거다 .. 그래도 어안으로 담은 사진 한장 증명으로...



▲ 로차이산 바로 옆산이다. 중간에 갈라지는 곳에서 저곳으로 갈 수도 있을 거 같은데, 보시다 시피 길이, 중간에 저렇게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다. 왠만한 강심장 아니면 .. 불가능 할 것 같음.


정상에 셋이 둘러 앉아 사가지고 간 쵸코파이와 음료수를 꺼내놓고 정상의 만찬을 즐긴다. 태백산의 복수를 여기서 한다. ㅎㅎ

산을 내려와 오래된 집들이 있는 골목을 다시 찾아 들어가 아주 천천히 걸으며 구경하며 다시 숙소쪽으로 걷는다.


▲ 오래된 집들이 있는 풍경

마을의 중간쯤 지나는데, 한국분이세요 ?라고 50쯤 되신 분이 말을 걸어온다. 여행 중 공항을 제외하고는 한국사람을 한 명도 만난적이 없어 너무 반가워 인사하고 물으니, 그곳에 사시면서 가게 두게 열어서 식당과 기념품 가게를 하신단다. 혼자 중국에서 생활하고 계시고 집은 서울 양재동이라 하셔서 더 반갑다. 기 치료를 하고 계시다고 하셔서 궁금한게 많은데, 아이들이 지루해해서 간단히 인사하고 지나친다.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모두다 저렇게 모여 앉아서 화투(?)를 하고 있다.(우리 화투장 같은건 아니고, 긴 종이에 숫자가 적혀있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인터넷 잠깐하고, 일하는 아가씨와 수다를 떨다가 (오늘 근무하는 아가씨는 영어가 조금 된다. 구이린에서 학교를 마치고 이 숙소에 취직해서 왔단다.)


▲ 산수 두부(소스위에 고기 콕 박아 놓은 두부 올려놓고는 산과 바다란다. 참말로 과장이 대단하다)와 볶음밥 요리.

▲양수오로 가는 버스, 이때 부터 볕이 나기 시작한다. 떠날려는데 ...ㅠㅠ

바로 옆의 식당에서 소고기 볶음밥에 산수 두부를 시켜 먹고 짐을 찾아 양수오 가는 버스에 탄다. 싱핑에서 양수오 가는 길에서 보이는 풍경들도 일품이다. 여행 안내에는 이 구간도 자전거로 여행하면 좋다고 나와 있는데, 거리는 좀 멀어도 그것도 괜챦을 듯 하다.

양수오에 도착하니, 반가운 해가 나왔다. 반갑기는 한데, 이렇게 어제나 내일이 아니고 하필 이렇게 이동 중에 해가 나나 싶어 이렇게 잠깐 해가 나오고 내일부터 다시 흐려지면 참 최악이다라는 걱정을 했는데, 이 걱정이 씨가 됐는지, 다음날부터는 비가 온다.

애들은 연달아 오른 두번의 산행과 버스 이동이 힘들었는지, 다시 돌아온 뱀부인에서 낮잠이 들었고 (두 번째 숙박할때는 100위안이었는데, 처음 숙박할때는 130위안을 낸 게 어쩐지 바가지를 쓴 듯한 느낌이 든다.) 나는 오래간만에 나온 볕이 아까워서 카메라를 들고 산책을 나간다.

▲해가 나면 이런 사진도 가능한데 ...


▲무거워 보이는데, 그런데도 발걸음이 참 가볍다.

양수오 북쪽으로 강가에 난 길을 따라 여행자 장터가 있다고 해서 가봤는데, 시간이 얼마 안되었는데 벌써 파장이다. 모두 짐을 싸고 한쪽에서는 청소를 하고 분주하다, 꽤 먼거리를 지나 장터를 벗어나니, 바로 한적한 시골길이다. 새소리 물소리 정말 좋다. 사실 마음속으로는 이런 풍경을 기대하고 양수오에 왔는데, 양수오 시지에 거리쪽은 이미 너무나 복잡하고 시끄럽다. 그런면에서 구경할 곳만 많다면 씽핑이 훨씬 좋은 여행지가 아니었나 싶다. 씽핑에서 자전거를 빌려 시골길을 달려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강가를 따라 한참 올라가다가 돌아올 길이 걱정되어 더 이상 못 가고, 그냥 강가에 앉아 지나다니는 배들을 구경하다가 숙소로 돌아온다.


▲그 한가로운 강가에서 본 풍경들. 내가 가기 직전에 어떤 아저씨가 검은 봉투째 던지고 간다. 저게 뭘까 ? ..





▲머리가 하얀 할머니의 패달질이 너무 힘차 보여서 열심히 따라오면서 찍었는데 .. 건진 사진이 없다. 망원이 필요하다..


이제 양수오에서의 마지막이기에, 아이들과 함께 시장도 둘러보고, 이리 저리 시내를 돌아다니며 구경하다가, 버스정류장 근처의 식당에서 궤이판이라는 우리나라 돌솥밥 같은 요리로 저녁을 먹는다. 돌솥밥하고 다른 것은 그 옆에 손질되어 있는 고기를 한 두가지 고르면 그 고기와 야채를 함께 넣고 익혀 준다는 건데, 그 야채 중에 김치 같은 것이 있어서, 중국 음식 같지 않고 우리나라 음식 같다. 그래서인지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라는데, 휘수 현수는 한국 음식 같아서 별로란다. 가격은 다른 음식들에 비해 싸다. (10위안 x3 , 볶음밥 한접시 5위안.)

인터넷에서는 양수오 음식 중, 비어피쉬, 궤이판, 그리고 구이린 미펀을 이야기 한다. 어떤 사람은 양수오하면 구이린미펀 즉 쌀국수가 생각난다고까지 한다. 그런데 우리는 씽핑 길가 식당에서 먹은 구이린미펀을 빼고 나면 양수오에서는 맛난 쌀국수를 먹어본적이 없다. 숙소로 오가면서 보게 되는 길가에 쌀국수 전문점이 있었는데, 왠지 휘수 현수가 싫어해서 들어가 볼 기회가 없었는데, 마지막이라서 저녁을 이미 먹었지만, 다시 가서 쌀국수를 2개만 시켜서 시식해 본다. 역시 별로다.. 이상하다다른데 어디 맛있는 식당이 있나보다.

사탕수수 사들고 숙소로 들어와 짐도 정리하고, 일기를 간단히 적고 일찍 자기로 한다. 내일은 7 30분에 픽업이다.

6일째 : 날씨 아침부터 종일 비가 오락가락...

밤새 히터 소리를 들으며 자다 깨다를 반복한다. 문득 깨서 시계를 보니 6 30분 바쁘게 씻고 짐 정리하고, 내려오니, 직원이 문 앞에서 아직도 자고 있다. 7 40분에 픽업맨이 나타남. 12인승 봉고에 여기저기 다니면서 사람을 꽉 채운다. 이렇게 작은 걸 타고 어찌가나 걱정하고 있었더니, 역시나 다른 큰 버스로 모두 옮겨 탄다. 빈자리 하나 없이 꽉꽉 채우고 버스가 출발한다. 대부분 중국인이고, 1/4정도가 외국인이다. 가이드가 중국말로 한참 떠들다가 잠깐씩 영어로 이야기한다. 게다가 발음이 너무 어려워서 애들도 못 알아 듣는다. 전체적으로 보니, 핑안에서 내려서 자는 사람은 우리뿐이다. 1시간쯤 달려 구이린을 통과하고 다시 북쪽으로 계속 달린다. 구이린의 북쪽으로 들어서니, 이 곳은 남쪽하고는 분위기가 또 다르다. 여기는 계속해서 고도가 높아지고 산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길도 상대적으로 더 깨끗하게 딱여 있고, 지나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다.

1시간쯤 더 달려 주유소에서 10분정도 쉬고, 1시간쯤 달리니 매표소에 도착한다. 이전 다른 사람의 여행기에는 약 3년전에는 입장료가 20위안이었는데, 그냥 그 길을 통과하는데, 50위안이다. 사실 이 부근의 대부분의 논은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다 다락논인데, 은근히 아깝다.

가이드가 핑안에 가기전에 그 전 마을에서 민속 공연을 구경할 거란다. 노래도 하고, 그 장발의 머리를 감는 행사를 한다고 1인당 50위안을 내란다. 안보는 사람은 따로 가면 안되냐 했더니, 안된단다 행사가 끝날때까지 행사장 밖에서 기다리란다. xx 다.





▲민속 행사장이 있는 Jin Jiang 마을




행사장 앞에 매화가 환하게 피어있어서 자세히 보니, 매화 나무에 조화를 달아놓았다. 어쩌면 저 나무가 현재 이 마을의 모습을 가장 정확하게 대변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중국인들은 대부분 행사에 참여한다. 우리와 영국인 커플 그리고 유럽쪽에서 온 듯한 한 여자 여행자 둘 이렇게 여섯명 빼고는 우루루 행사장으로 들어간다. 우리는 한참을 주위를 배회하며 구경하다 행사장 밖에 쪼그려 앉아 행사 끝나기를 기다린다. 애들이 불만이 대단하다. 이럴려면 차라리 우리끼리 대중 교통을 이용할 걸 잘못 했다는 등등 ..

핑안은 큰길에서 한참을 가파른 산길을 올라가야 하는 마을이다. 어떻게 이런 곳에 마을이있을까 싶을 정도로 정말 무지막지한 곳에 있다. 환뤄 (핑안 아래마을 큰길이 있는 곳) 에서 버스를 미니버스로 갈아타고 마을로 올라간다. 우리나라 어떤 고개도 여기에 비할 곳이 없다. 정말 가파른 길을 지그재그로 올라간다. 이 미니버스를 타는 비용 (12위안 x3)은 피할 수 없어서 냈는데, 나중에 나올 때 보니, 핑안에서부터 롱쎈까지 버스비가 한명당 8위안이다. 그나마도 도로가 공사중이라고 5분만 기다리라고 한다. 역시 30분 정도 기다렸다가 올라간다.

핑안 마을 입구에서 버스를 내려 한참을 걸어서 올라간다(교통 수단이 올라갈 수 없다). 휘수 현수가 아침 일찍 일어나고, 공연 중 밖에서 비가 오는데 기다리고 3시간 버스를 타고 해서인지 많이 힘들어 한다. 가이드 한테 이제는 우리끼리 가겠다고 했더니, 식사 후에 자기가 호텔을 소개 시켜 준다고 자꾸만 만류한다. 휘수 현수는 빨리 숙소를 정하고 밥을 먹는다고 No .. 그래서 인사하고 우리먼저 빠른 걸음으로 올라오는데 , 이 가이드 정신없이 ?i아 와서는 어떤 사람을 엮어 놓고 따라 가란다. 좋은 호텔이라고 .. 아무튼 따라 갔더니, 침대도 조그만 침대 두 개에 100위안을 요구한다. 셋 다 잘 수 없으니, 당연히 방은 두 개를 얻어야 하고 너무 너무 기분이 안좋아서 디스카운트 시도도 안하고 돌아 나왔다.

아무리 여행자가 봉이고 자기들은 돈을 벌어야 한다지만, 그렇게 여행하는 사람 기분나쁘게 하면서까지 벌어야 하는지 ..

이리 저리 마을을 돌다가 어렵지 않게 조용하고 괜챦은 숙소를 얻었다(90위안). 혹 숙소를 얻어야 하는 분 있으시면 먼저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실 것을 강추합니다. 괜챦은 숙소들이 많습니다. 무엇보다도 식당도 겸하면서 너무나 조용하다. 오늘밤은 조용히 잘 수 있을 것 같다. 창 밖 풍경도 예술이다.


▲전면에 보이는 창이 많이 있는 집의 제일 위 오른쪽 끝 커튼이 쳐져 있는 방이 우리가 묵었던 방이다.

늦은 점심을 숙소에서 볶음밥 3접시 고기야채볶음과 달걀 오물렛.(75위안) 음식을 준비해주는 아주머니 나이를 물으니, 40이란다. 자그마한 체구에 항상 미소를 머금고 있는 얼굴이 참 호감이 간다. 애들은 밥을 먹자 마자 숙소로 올라가 히터를 틀어놓고 꿈나라다. 날씨도 춥고 비가 오니, 애들이 컨디션이 최악이다. 혼자서 카메라를 챙겨들고 2전망대를 향한다. 비가 가랑비로 제법 오기 시작하면서 구름이 아래로부터 몰려온다. 중간 전망대에서 몇 장 담고 정상을 향해 간다.







정상에 오르니, 몰려오던 구름이 지척을 분간못할 정도로 덮어 버렸다. 조금만 늦었더도 한장도 못 건질 뻔했다. 정상에 있는 매점에서 커피 한잔(10위안) 시켜놓고 구름이 걷히길 기다렸지만, 걷힐 기미가 전혀 없다.


▲정상에 있던 간이 매점에 안개가 덮히고 있다.



▲바로 뒤가 계단식 논이지만, 아무것도 안보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표지석옆에서 한장씩 담느라 관광객이 많을땐 줄을 서는데, 오늘은 아무도 없다.


어떤 독일인이 간난아기 업고, 작은 아이 걸리면서 부부가 정상에 힘들게 올라온다. 나야 잠깐이라도 풍경을 보았지만 , 정말 아쉽겠다.. 이제 정말 앞에 있는 사람도 안 보일 정도가 된다. 하산 ……

애들은 아직도 한밤중이다. 창밖을 보니, 숙소 앞 산 1전망대쪽은 침엽수림에 구름이 걷혔다 덮였다 하는 풍경이 정말 멋지다. 문득 이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이 높은 험한 곳까지 와서 이렇게 힘들게 살았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로비에 나와서 한참을 기다려도 아무도 없다 주인 아줌마 조차도 .. 아마도 손님을 찾으러 입구에 내려간 것 같다. 7시쯤 되니 그때서야 나타난다. 저녁으로 쌀국수를 달라고 했더니, 없단다. 아마도 쌀국수는 구이린 남쪽에서나 맛볼 수 있는 거 같다.(한 가지 사실로 모든 면을 판단하는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음 ..) 쌀국수가 없다고 일반 국수 면을 보여준다. 하오~ 30위안을 깍아서 25위안에 달라했더니,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큰 그릇에 야채와 함께 국수를 끊여 온다. 별 기대없이 한젓가락을 떳다. 역시 밀가루 냄새도 나고 별로다.. 근데 .. 이게 시간이 지날수록 맛이 좋아진다. 신기하다. 마지막에는 국물과 모든 야채까지 깨끗하게 비운다.

로비에 컴퓨터가 있어서 3위안에 1시간 쓰기로 하고 컴퓨터를 켯는데, 한글을 볼 수도 쓸 수도 없다. 미리 방법을 알아놓는 건데 .. 방법이 없다. 사진이 들어 있는 외장 하드디스크 역시 인식이 안 된다. 돈이 아깝다. 식사 하는 중 중국인 젊은 커플이 들어온다. 잠시 메뉴에 대해 물어온다. 발음이 완전 원어민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미국에 사는 중국계다. 뉴욕에서 왔단다, 괜시리 반갑다 코너스톤 형님 아냐고 물어 볼려다 참았다 ㅎㅎ

일찍 들어와 씻고 잠을 청한다. 그 커플이 옆방에 있는가 보다 . 숨쉬는 소리까지 들린다. 다행이 밤새 시끄럽게 굴지는 않았지만, 그럴려면 방이라도 하나 건너 내 주던가 하지 .. 이렇게 붙여놔서 모두다 못자게 하다니 다음날은 우리가 서두르는 바람에 이 사람들이 깨서 내려왔다.

휘수가 배가 자꾸 아프단다. 자기 말로는 장염 같다고 한다. 아무튼 이날 밤부터 돌아올때까지 계속 배 아파하고 힘들어 했다. 작은애도 다음날부터 같은 증상을 보인걸 보면, 중국음식을 좋아하는 경우에도 계속 기름진 음식을 먹으니, 장에 탈이 난 게 아닌가 싶다. 중국에 갈 때 지사제와 소화제, 밴드, 파스를 준비하고 정작 필요한 두통약, 감기약, 그리고 장염약을 준비를 못해서 애먹었다. 나중에 한국에 와서 약국에서 장염약을 달라고 했더니, 내가 가지고 갔던 같은 지사제를 준다. 그게 그거란다 바보